wi island/주몽나비

2021년 12월 20일

2021. 12. 2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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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0일 주몽이가 떠났다.

 

 

심장병이란걸 알게 된 날이 2020년 2월 6일이었다.

 

건강검진을 안 하고 지냈기 때문에 늦게 알았고

 

당시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칵칵켁켁 소리가 나는 기침을 가끔 하는 거였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뛰어다녔고 건강해 보였는데

 

검사결과 이미 몇 년은 심장병이 진행된 상태로

 

우심 좌심 모두 상태가 나쁘다며 심장병 단계로는

 

C단계로 진단 받아 6개월에서 길어야 1년 정도

 

더 살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매일 껴안고 자던 나는 심각한걸 몰랐는데

 

수의사는 주몽이를 안아보자마자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뛴다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병원에 갈 때마다

 

당장 갑자기 심장이 멈춰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상태라는 말을 들었는데 주몽이는 1년을 훌쩍 넘겨

 

2년 가까이 더 살았다.

 

 

1년 정도는

 

12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는다는 것 외에는

 

전혀 아픈 강아지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기침만 조금 더 늘었을 뿐 잘 지냈는데

 

이후로는 점점 눈에 띄게 상태가 나빠지더니

 

마지막 5개월은 너무 힘들게 지냈다.

 

 

그냥.. 사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처럼 보였다.

 

 

15살 노령견이라서 심장병 외에도

 

노화현상이 나타나 주몽이는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늘 집에 가족들 들어오기도 전에

 

발소리 먼저 듣고 현관 앞에서 대기하다가

 

대기중

 

신발도 벗기전에 코로 문열고 달려 나와서

 

반갑다고 반겨줬는데. 매일.

 

 

나중엔 가족들이 가까이 다가가서 쓰다듬으면

 

그때서야 냄새로 누군지 알아보는 것 같았다.

 

 

막판에는 복수가 가득 차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졸았고

 

몇 시간을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해서

 

억지로 자리에 눕히면 겨우 잠들고..

 

그나마도 자세가 불편하면 기침이 터져 나와서

 

다시 잠에서 깨고..

 

몸에 힘이 없을 땐 다리가 미끄러지면서

 

혼자 서있지 못했고

 

조금 힘이 있는 날에는

 

비틀비틀 어지러운지 벽이나 식탁 다리에

 

기대서 겨우 서 있고 그랬다.

 

 

2주 텀으로 검진을 받고 있었는데

 

복수가 계속 안 빠져서

 

이뇨제 양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지난 주말에

 

숨쉬기 어려운 것 같은 과호흡과 기침,

 

기절하듯이 고개가 축 늘어지는 증상

 

모두 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심각한 증상이었는데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면서

 

아픈 모습에 내가 무뎌졌던 것 같다.

 

그 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길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는

 

주몽이 컨디션이 좀 좋아 보였다.

 

오전 내내 기침도 안 하고

 

눕혀놔도 자꾸 일어나서 우두커니 서 있고

 

내가 돌아다니면 조금씩 따라다니길래

 

몸이 좀 좋을 때 검사받는 게 좋겠다 싶어

 

병원 갈 준비를 했다.

 

 

내가 나가려고 준비하면

 

원래 옆에서 쳐다보곤 했는데

 

그 날도 벽에 기대서 가만히 보고 있길래

 

귀엽다고 턱을 쓰다듬고

 

늘 병원 가는 길에 가방 안에서 똥을 싸니까

 

가방에 넣어두면 미리 쌀까 싶어 잠깐 넣어놨더니

 

그 안에 앉아서 졸던 모습도 생각난다.

 

 

대충 준비를 끝내고

 

주몽이 양치시키고 얼굴이랑 똥꼬만 씻겼다.

 

그리고 물기만 닦아주고 털 말리려고 

 

드라이기 꽂아놓고 주몽이를 안아 방으로 데려오는데

 

주말처럼 목에 힘이 또 빠지길래

 

뒷목을 주물렀다.

 

 

숨을 너무 힘들게 쉬면서 목이 자꾸 뒤로 쳐졌고

 

숨 쉬려고 벌어진 입안에 보이는 혓바닥이 하얘져서

 

산소캔을 가져다 대봤는데

 

주말에 쓰고 조금 남은 거라 별로 도움이 안됐다.

 

 

한 3분..정도 였던 것 같다.

 

 

그대로 안고 아무리 빨라도 15분이 걸리는 병원에

 

데려가는게 맞았을까.

 

고개를 안 잡으면 축 쳐져서 꺽일 것 같아

 

숨이 넘어가는 중요한 순간엔

 

품에 안고 계속 주무르기만 한 것 같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심장병 진단 받고

 

1년만 더 내 옆에 있어 줬으면.. 바랬는데

 

1년이 훌쩍 넘게 살아줬고.

 

 

아무도 없을 때나 다들 잘 때 혼자 가지 말고

 

내가 볼 때 보낼 수 있기를 바랬는데

 

바램대로 내 품에서 보냈다.

 

 

진짜 나한테 너무 잘해준 주몽이.

 

거의 1년은 주몽이만 보고 살았는데..

 

그래서 헤어지면 시원 섭섭할 것 같았는데

 

시원하지 않다.

 

너무 섭섭하기만 하다.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만지고 싶다.

 

 

1년 더해도 좋으니 다시 살아왔으면 좋겠다.

 


 

강아지가 죽으면 뭘 해야 하는지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

 

그런 글을 읽는 것도 싫고

 

미리 준비하기는 더 싫었다.

 

그래서 멍하니 슬퍼만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 그날 수의사한테 전화가 왔다.

 

 

재진일은 일주일 뒤라서 전화 올 일이 없는데

 

주몽이가 죽은 지 3시간 정도 지난 시간에

 

담당 수의사에게 전화가 왔다.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항문이랑 목구멍에 솜을 깊숙히 넣는

 

사후 처치를 해야 하고

 

강아지는 사후경직이 빨리 진행된다며

 

자세를 잘 잡아주는게 좋고..

 

24시간 예약을 받는 화장터도 안내해주었다.

 

고맙게도 병원에 있으니 데려오면

 

마지막 수습을 직접 해서 보내주고 싶다고 해서

 

주몽이는 수의사 쌤에게 후처치까지 잘 받고 갔다.

 

 

알고보니 담당 수의사도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고

 

퇴사하는 상황이라서

 

재진일을 상의하려고 전화했던 거라고 한다.

 

우연이 너무 신기했고 감사했다.

 

 

 

주몽이를 화장한 곳은 '더고마워'라는 곳이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화장터로

 

예약을 24시간 받는다고 해서 밤 9시쯤 전화해서 

 

다음날 12시로 예약했다.

 

 

화장터에 예약하는 전화하면서

 

죽었다는게 정말 실감이 나서

 

전화 끊고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여름이면 부패 때문에 아이스팩을 깔아둬야 한다는데

 

지금은 창문만 열어둬도 추운 때라서

 

보일러를 끄고 마지막 밤은 거실에서 함께 잤다.

 

 

원래 주몽이는 꼭 내 침대에 올라와서 잤는데

 

많이 아프고 난 뒤로는 침대에 못 올라 오니까.

 

올려둬도 혼자 못 내려가니까.

 

침대 옆 자기 자리에서 맨날 재웠는데

 

너무 오랜만에 같이 자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메리크리스마스 주몽이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처음 봐서

 

규모가 큰 건지 작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 날 내가 본 직원은 세 명 정도였다.

 

 

시설은 아주 깨끗했고 예약제로 이루어져서

 

사람이 붐비는 일도 없을 것 같고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기 좋은 위치였다.

 

 

이 날 많이 춥지도 않고 

 

햇살도 따뜻했다.

 

 

추모실이라는 공간에서

 

예약 시간까지 대기도 하고 추모식도 진행된다.

 

 

전화 예약을 하고 나면 카톡으로 사진을

 

5장 정도 보내달라고 하는데

 

추모식 할 때 저 화면에 사진을 계속 띄워준다.

 

 

화장로에 들어갈 때

 

관, 삼베 수의 이런 것들을 추가로 구매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냥 기본으로 화장만 하고

 

집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황토 유골함만

 

추가로 구매했는데,

 

화장로에 들어갈 때 몸만 덩그러니 누워있으니까

 

수의 사서 덮어줄껄 많이 후회스러웠다.

 

지금도 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살아있을 때 입었던 일반 옷은 

 

화학물질이 섞여 있으면 뼈에 들러붙는다며

 

같이 태워주지 않았고

 

잘 먹던 간식이랑 사료만 조금 넣어 같이 태워준다.

 

 

 

이렇게 데려왔다.

 

어딘가 뿌릴 곳이 있으면

 

기본 제공되는 도자기 유골함을 선택하면 되는데,

 

당장 어디 뿌릴지 고민하기 싫어서

 

집에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황토 유골함을 구매했다.

 

 

유골을 그냥 집에서 보관하면

 

부패할 경우 악취가 난다고 한다.

 

보존된 상태로 유골을 보관할 수 있다는

 

황토 유골함은

 

뚜껑을 덮기 전에 담긴 주몽이를 보여주고

 

가족들이 보는 곳에서 뚜껑을 덮어서 전달해준다.

 

이후로는 열어보면 안된다고 한다.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물이 닿지 않게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관리해주고.

 

나중에 어딘가 뿌려주거나 묻어주고 싶을 때는

 

유골함에 담긴 그대로 30CM 이상 깊은 곳에

 

묻어주면 된다.

 

 

이 곳에서 장례를 진행하면

 

장례확인서를 챙겨준다.

 

동물등록을 한 경우 사망 후 한달 내로

 

말소 신고도 해야 한다는데

 

그때 필요한 서류인 것 같다.

 

 

전날에는 눈물이 진짜 하염없이 계속 흘러나와서

 

잠도 못 자고 정신이 없었는데

 

장례 치르고 화장해서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좀 편안했다.

 

 

5일정도 지났는데도

 

문득문득 엄청 보고싶다.

 

이렇게 그리울 것 같아서

 

쓰다듬고 만지는 동영상을 틈나는대로 찍어뒀는데

 

그거 보면서 견디고있다.

 

 

잘가 주몽이.

 

좋은 곳에 잘 도착했니.

 

그곳에서는 마음껏 뛰어다니고 아프지마.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넌 진짜 졸귀탱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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