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새벽. 주몽이가 이상했다.
새벽 4시쯤에
주몽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다닥다닥 거리는 발소리에 잠이깼다.
보통은 돌아다니다가
(물을 마시거나, 소변을 보거나)
침대로 올라와서 다시 자는데
헥헥거리는 소리만 계속 들리길래
뭘 하나 보니까
몸을 엄청 떨면서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불을 켜고
몇 분을 쓰다듬으면서 진정시켜봐도
나아지지 않아서
근처 24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고
여러 검사를 받게 되었다.
최근.. 그러니까..
정확히는 지난여름부터 (약 6개월전)
기침을 하는 증상이 있었다.
켁켁거리는 큰기침을 가끔 하는 정도였는데
그 외에는 평소처럼 활발해서
12살의 노화현상이겠거니 생각했다.
요즘은 부쩍
목에 가래가 끼는 걸 뱉어내듯이 카학- 거리는
기침을 크게 하고
자잘하게 기침하는 횟수도 늘어서
호흡기영양제를 알아보고 지난달부터 먹이고있었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눈에 띄는 증상은
'기침' 이었다.
새벽에 놀라서 응급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검사를 했는데.
빈혈이 좀 있고
간에 관련된 수치 몇 개가 높았고.
엑스레이상으로 심장이 큰 편이라고했다.
생각보다 정정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해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혈액 검사에서 정상범위보다 높은 수치가 있고
평소 기침증상이 있다고 하니
초음파를 찍어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오들오들 몸을 떠는 증상은 계속 있었지만
병원 여기저기 잘 돌아다녀서
당직 수의사는 너무 걱정 되면
입원을 시켜서 상태를 지켜보거나
진통제정도 처방 외에는 당장 해줄게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통제 한 방 맞고 집에 돌아왔고
일시적이었던건지 진통제효과인지
떠는 증상이 거의 사라졌고
피도 뽑고 힘들었는지 잘 자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약간 기운은 없어 보였지만
잘 먹고 잘 싸고 평소처럼 잘 지냈다.
주몽이가 너무나 멀쩡해져서
그냥 있을까 하다가
건강검진을 한 번쯤 받아볼 나이도 되었고.
어떤 문제가 있다는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겠지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복부, 심장 초음파 검사를했다.
어렴풋이.
막연하게.
기침을 종종 하니까
노화로 인한 기관지협착증이거나.
심장병이라면.. 초기 정도이거나.
지난여름에 모기가 너무 많았어서
혹시 심장사상충 감염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는
뭐 그런 정도였다.
검사 결과
주몽이는 심장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
심부전으로
좌심방,우심방 양쪽 모두 문제가 있고
간으로 이어지는 혈관이 많이 커져 있는 상태고.
심장의 기능이 안 좋아지면서
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단계이고
그로 인해 간 수치가 높아져있고.
심장과부하로 심장이 커지면서
기도를 눌러 기침증상이 있는 거라고 한다.
(엑스레이에서는 왼쪽 심장이 많이 커져있었다)
폐에 물이 차거나
응급상황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C단계의 심장병 단계로
몇 년 정도는 심장병이 진행된 상태라고 했다.
심장의 역할을 도와줄 강심제와
폐성 고혈압이 있어 혈압약,
기침 증상 호전에 필요한 약을 처방 받았고
검사를 꾸준히 받으면서
몸에 맞는 약을 찾아
평생 먹어야한다고 한다.
심장병 C단계의 상태는
보통 6개월~1년 정도를 예상수명으로 보는데
그 안에 응급상황으로 급사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사실 당장 옆에 있는 주몽이는
기침 증상 외에는 별문제 없이 활발해서
듣는 내내 실감이 안 났는데..
그게 느껴졌는지 수의사가
보통 이 정도 상태면
폐에 물이 차서 호흡곤란 또는 기절 등의
응급상태로 병원에 왔다가 심장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처럼 아직 활발하고 별다른 증상이 없어보일 때.
평생 약을 먹여야 한다고 설득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
우리 집에 처음 데려왔을 때
예방접종 하면서 검진받은 이후로
10년 만에 건강검진을 받아 본 주몽이.
경미한 교통사고로 다리 다쳤을 때 한번.
슬개골 탈구 증상으로 엑스레이 찍었을 때 한번.
장염으로 한 번.
귓병 나서 두 번.
10년 동안 병원 간 걸 손에 꼽을 정도로
큰 걱정 안 시키고 건강하게 잘 커준 주몽이.
사실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고
건강검진을 미뤄왔다..
결과 듣고 온 날은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해서 밤새 울었으나
이유도 모르고
어느 날 갑자기 곁에서 떠나버리는 것보단
검진받고
어디가 아픈지 확인해서
약도 미리 먹여 볼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인 것 같다.
12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여야 하고
검사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해서
앞으로의 병원비가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개운하다.
갑작스럽게 엄마의 지갑이 탈탈 털려서
엄마한테도 미안하고
주몽이한테도 미안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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